일본여행, 섬 전체가 미술관 나오시마
한때 나오시마는 조용한 섬마을에 지나지 않았다. 여느 섬들처럼 젊은이들은 섬을 떠나고 노인만 남았었다.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현대 미술의 성지가 된 것. 나오시마의 변화 뒤에는 일본의 출반 교육 기업 베네세 그룹이 있었다. 오너 후쿠다케 씨의 생각이 시골 마을을 개성 넘치는 예술의 섬으로 거듭나게 했다.
후쿠다케 씨는 예술에 대해 남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회사에서 성과를 중시할 때 예술을 모르는 인재는 성과가 1위라 하여도 쓸모가 없다면서, 예술을 즐길 줄 아는 창의적인 인재를 최고로 꼽았다. 수년 전 베네세 그룹에서 나오시마 섬의 땅을 사들여 예술 옷을 입히기 시작했다.
첫 성과로 탄생한 곳이 미술관 겸 호텔인 베넷세하우스.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전체 설계를 담당한 작품이다. 예술과 휴식, 자연이 하나 된 자연스러운 공간. 이후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펼치고 있는 일본인 설치미술가 쿠사마 야요이, 프랑스의 조각가 니키 드 생팔 등의 손길을 거치며 섬 전체가 미술관으로 변했다.
나오시마의 간판 이미지가 된 빨간색, 노란색 땡땡이 호박은 쿠사마 야요이의 작업이다. 강렬한 원색에 트레이드 마크인 물방울 무늬를 입힌 호박. 다카마쓰에서 나오시마로 가는 길, 미야노우라 항에 도착할 때가 되면 초록빛 폭신한 잔디 위에 새빨간 호박이 마중 나와 있다.
주민과 예술가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이에 프로젝트도 훌륭하다. 낡아서 버려지다시피 했던 집을 고쳐 일상에 스며있는 예술로 만들었다. 초라한 집에서 아트하우스로 재탄생한 집 7곳도 나오시마의 이색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강렬한 인테리어로 중무장한 대중목욕탕, 나오시마 센토 아이러브유도 신선한 충격. 일본의 현대미술가 오오타케 신로의 작품인데, 지금도 동네 사람들이 목욕하러 오는 진짜 목욕탕으로 운영하고 있어 흥미를 더한다.
예술에 관심 많은 사람들에게는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섬으로 꼽히는 나오시마. 나오시마를 돌아보는 방법, 자전거만한 게 없다. 주요 명소를 도는 버스도 있지만 개별적으로 다니려면 아무래도 자전거가 편하다. 미야노우라항에서 내리면 멀지 않은 곳에 자전거 렌탈샵이 보인다. 대여료도 저렴한 편.